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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욱, 인간의 불편한 진실을 

넘나드는 통속의 유머

 손현욱의 작품은 무척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각이 갖추어야 할 양감은 극도로 억제되어 있고 질감이나 색채도 단순하다. 형태는 오려진 종이처럼 뚜렷한 윤곽선만 있을 뿐 나머지는 생략되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이처럼 단순한 형태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주제와 이야기가 함께 내재해 있다는 점이다. 사실 내러티브를 강조하는 작품은 형태상 단조로울 수 없으며 단순함을 추구하는 작업에서 이야기는 구현되기 어렵다. 심지어 작가가 20대 중반부터 이런 작업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진행시켜 왔다는 점은 경이로울 따름이다. -그는 이제 막 30대가 되었다-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사람들이 갖는 첫 인상은 아마 ‘단순함(Simplicity)’일 것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동물들은 마치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이 수행했던 단순화 혹은 추상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단조로운 직선들로 이루어져 있다. 미술사에서 단순함이 가지고 있는 역사는 매우 깊다. 가깝게는 미니멀리즘에서부터 멀리 절대주의에 이르기까지 비록 조형적인 이념은 달랐지만 외형적으로는 극단적으로 단순한 형태를 추구하였다. 하지만 손현욱이 보여주는 단순함은 형식주의 미학의 결과물이나 절대적인 정신의 산물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조각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양감을 포기함으로써 회화적인 단순함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자신의 작업방식에 적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에서 ‘단순화’의 과정은 매우 주요한 조형원리로 작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형태, 색채, 질감과 같은 조형요소들은 철저히 절제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화면에는 뚜렷한 통일감과 반복되는 리듬감을 느끼게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이미지들은 그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특징만 남기고 모두 단순화되어있다. 색채도 단색이거나 최소한의 효과만을 덧 입혔을 뿐이며 표면도 매끈하게 처리함으로써 텍스추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이러한 조형적인 요소들이 ‘단순화’됨으로써 작가의 작품은 이야기가 개입 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 간다. 작가의 작품에 대한 깊은 인상은 어쩌면 형태의 단순함에서 오는 조형미의 완결성 때문인 듯 보이기도 하지만 선명한 이야기가 주는 짙은 잔상 또한 매우 중요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2007년의 <두 마리의 낙타>,<Crab benches>, 2008년의 <두 마리의 코끼리>,<Milk Factory> 등의 작품에서는 단순함의 미학을 구현하기 위한 형식적인 실험에 몰두하였다. 이러한 작품들은 공공미술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반영되어 있어 기능성을 담고 있거나 넓은 공간에 설치될 수 있는 형식들로 제작되어 있다. -실제로 작가의 석사 논문은 <공공미술로서 기능성을 가진 조각 연구>이었다- 하지만2009년부터는 줄곧 <배변의 기술 - pissing Contest>라는 시리즈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역시 <배변의 기술>의 연작들과 <숨겨진 사랑>, 그리고 <나비의 꽃> 시리즈로 구성 되어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랑’과 ‘배설’, 그리고 ‘공격성’이라는 개념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유기적인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방광의 압력과 저장된 소변의 양에 의해서 그 순위가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Pissing Contest (소변멀리 날리기)>는 남성들의 페니스에 대한 집착과 변강쇠 콤플렉스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물론 작가는 사람 대신 ‘개’를 등장시킴으로써 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숨겨진 사랑>이라는 시리즈를 보면 재미있게도 이빨의 개수에 따라 제목의 숫자가 결정되는데 이는 작가의 위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동물에게서 이빨은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가장 유용한 수단이다. 이평면 작품은 어류나 양서류의 이빨 모양이 시점에 따라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모양으로 변하는 렌티큘러로 제작되었다. 사랑과 공격성은 정신분석학에서도 논란의 대상이다. 관계에서 파생된 현상인지 무의식의 기저에 내재하는 본질적인 인간의 성향인지가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쨌든 칼로 물을 베는 부부싸움을 수없이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사랑의 한쪽 면에는 상대에 대한 강한 애증이 자리하고 있다.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은 작가가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놀라운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배변의 기술>을 통해 수컷들이 가지고 있는 허황된 허위의식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비단 수컷들 뿐 인가? 허황된 가치를 쫒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라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숙명이다. 그래서 <배변의 기술 - Pissing Contest>이라는 제목은 심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수많은 사람을 매료시킨 <강남 스타일>은 결국 강남스타일이 되고픈 우리의 욕망을 대신할 뿐 누구나 강남 스타일이 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반복되는 단순한 리듬과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말 춤 속에는‘통속의 유머’가 자리한다. 동물들의 배설을 지켜보는 인간의 심리상태는 처음에는 우습지만 결국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이 투사된다. 손현욱의 작품을 보면 쉽게 공감하면서도 인간의 심리적 폐부를 찌르는 통찰과 촌철살인의 유머가 스며있다. 이러한 유머는 통속적인 삶에 대한 관찰과 성찰의 사유 없이는 닿을 수 없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제작된 <나비의 꽃>은 온전한 사랑에 대한 작가의 상징이다. 너무도 아름다운 이 형상은 모두 나비로 이루어져 있다. 나비는 꽃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고 꽃은 나비가 없으면 종을 보존 할 수 없다. 꽃이 화려한 이유 역시 나비가 색에 의해 꽃을 찾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이 가지는 형태의 단순함 못지않게 작가는 이야기를 압축하는 탁월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 -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라는 말은 다빈치가 한 말이지만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 인용이 되어 유명해졌다. 손현욱이 보여주는 ‘형태와 내용의 단순화’에는 비록 궁극은 아닐지 몰라도 세속의 삶을 바라보는 남다른 정교함을 함축하고 있다. 그는 탁월한 조형적 감각과 동시에 서사를 구축하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로서의 역량을 함께 갖추고 있는 만만치 않은 신진작가이다.

이영준(큐레이터, 김해문화의전당 전시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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